막상 그날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난다.
웃는 연습이나 많이 할걸.. 싶었었다..
그래서 결혼식 동영상을 했어야 했는데.. 왜 안 했는지.. 기억이 안 난다. 지금도 후회 중..
새벽 4시부터 메이크업에 의상 준비를 해야 하니 전날에는 가능한 일찍 자는 게 현명하다.
식장이 사실 그렇게 좋을 필요도 없다. 나도 친구도 결국 아무도 기억 못 한다.
청첩장도 이름을 새길 필요도 사진을 넣을 필요도 없다.. 결국엔 분리수거행이다.
반지도 왕따시 만한 다이아가 있을 필요가 없다. 결국엔 안 끼게 된다. (현실은 금이 최고)
한복도 새로 살 필요가 없다. 그날 말곤 영원히 입지 않는다.
남는 건 동영상, 사진 정도이다.
그리고 매일 쓰는 가구나 가전이 오히려 남는 것 같다.
가구나 가전도 정말 없으면 못살겠네 하는 것 말고는 살면서 사는 게 현명한 것 같다. (늦게살 수록 좋은 게 나옴)
그릇 주방 기구도 마찬가지.. 요리 막상 할 줄도 모르고 안 하는 게 현실이다.
정말 많은걸 줄일 수 있었는데 아깝다..
그래도 또 하라고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 다신 안 할 것 같다.
너무 회사일이 바빠서.. 친구들 에게 연락도 제대로 못하고.. 서운해하는데 달래지도 못하고 시간은 흐르고..
가전도 신랑이 친정엄마와 둘이 보러 다니다 말 못 할 스트레스로 갑자기 한쪽 눈이 잘 안보였던.. 너무 미안했네... 여보;;
장소도 그냥 우리 집과 신랑집 중간에 있다는 이유로 그 결혼식장에서 했고..
날짜도 처음 사귄 날 즈음 토요일로 했었다..
그 외 모든 준비는 결혼 준비 업체에서 알아서 해주셨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참.. 호갱님이었구나 나..
드레스도 입어보다 결국 처음에 입은 거..심지어 부캐도 업체 실장님이 고르셨다는...
내가 회사 일에 왜 그렇게 미쳤던 건지.... 나도 돌이켜 보니 정말 이해 안가네..
식이 끝난 뒤에도 우린 그냥 우리 차 직접 운전해서 신혼집 가서 분장 수준의 메이크업을 지우며 머리에서 실핀을 한 백개 정도 꺼내고 샴푸와 린스를 한 다섯 번 정도 했던 것 같다.
신혼여행이 다음날이라 부담 없이 시원한 맥주나 한잔 했었을 라나..
이제와 가물가물 기억이 나는 건.. 키가 너무 큰 신부라 맨발 투혼을 했던 것..
엄마랑 아빠만 봐도 눈물이 나는 걸 참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..
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을 했던 것.
결혼식 그건 정말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저 하루의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것..
이제 태어난 아기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난 삶에 무지했었고 결혼이란 사건은 내게 최고의 인생 성장통을 앓게 할 첫 사건 일뿐이었다.
2010년 10월의 기억 조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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